그녀는 그저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있을 뿐이었다.
시곗바늘이 똑딱이는 초침 소리를 내고, 정각을 알리는 뻐꾸기가 울어대도. 미동도 없이. 그렇게. 눈꺼풀을 깜빡이며, 온세상에서 유리된 것처럼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유리 깨지는 소리도, 소란스러운 웅성거림들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별 것 아니었을 뿐. 숨 막히도록 어두운 실험실에 있는 그녀의 세상 역시도 별 것 아니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녀는 그저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다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 대신 순응을 택한 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실험실 안의 쥐가 찍찍대며 온몸을 비트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숨을 쉬지 않는 실험체를 연구원들은 폐기 처분했다.
실험체는 금세 인간으로 변했다. 능력 없는 일반인들과 클론들, 미약한 능력을 지닌 사이퍼와 그렇지 않은 사이퍼들, 그리고 여러 시술을 기다리는 강화인간들까지 모여서. 그곳에서는 매번 소란스러움이 함께 했다.
이 모든 것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긴장을 삼키며 장미빛 미래를 꿈꾸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대체로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돌려보내달라 하기 일쑤였다. 끌려온 자들과 스스로 걸어온 자들, 그들에 대한 대우는 조금씩 달랐으나 공통된 것은 실험이 끝나면 모두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것. 실험의 성공 확률은 매우 적었기에, 또는 실험이 성공하더라도 부작용 때문에 미쳐버릴 확률이 더 높았기에. 제정신을 유지하는 자들은 몇 없었다.
그럼 나는 그 중에서 몇에 속하는가?
...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알레샤는 침전하는 의식을 받아들였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주어야지. 흉내에 충실해야 그 다음이 있을 테니. 속으로 생각했다. 다만, 알레샤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예상치 못했다. 결국은 속눈썹 사이로 비추는 어두운 금안이 그녀의 심경을 비추고, 마치 달이 뜨고 지듯 두 눈에서 생기가 살짝 감돌았다 사라지기 전까지.
...
결국 그녀가 모든 걸 잃어버렸을 때에는, 다시 되찾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그 자신을 증명하는 것과도 같으니.
그 사랑이 사라진다면 그녀 역시도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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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의 알레샤 (0) | 2024.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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