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초연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눈꺼풀 사이로 비치게 된 것은 어둠이다. 어둠, 그리고 칠흑과도 같은... 암흑. 본디의 그녀는 상실이란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여기까지 와서 또 외면할 수는 없다.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흘러나오고, 그를 떠내보내는 사이, 기어코 나온 말 한마디는 그녀의 세상을 또 뒤흔들고야 만다.
넌 날 항상 달라지게 해.
짧은 읊조림. 그리고 저도 모르게 함께 튀어나온 말.
... 그 사실이 괴롭다고 한다면... 너는 슬퍼할까?
...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실은 탓할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이트라 위스는 그 날 이후로 고요히 독백하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걸 내다버린 사람이 되었으며, 오늘도 생의 마지막 미련을 정리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의 그녀는 멈출 수 없다는 것. 그 사실이 유독 서글퍼서. 그녀는 자신을 수령으로 끌어내린 구원자를 원망하면서도... 사랑하고 있어서.
그녀는 그녀의 모든 감정을 갈무리하고자 했다. 그녀 스스로를 하늘 위 구름처럼 두둥실 흘려보내고자 했다. 침묵 사이로 새어나오던 소리는 점점 커지고, 조용했던 곳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바뀌어도. 늘 여전하게 변치 않는 것들이 있어서. 그녀는 거울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독백을 읊조리며,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모른 체 했다.
거울 속 일그러진 모습의 여인이 독백했다.
지금 이 현상은 거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일어난 거야.
이 일그러짐 역시도 곧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이 모든 건 한순간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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