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도 5월에 쓴 글입니다. 이번에 티스토리를 하나로 취합하면서 발굴한 것을... 이곳에 백업해둡니다.
인간의 마지막이란 항상 허무하기 그지 없지.
그렇다고 해서 그 죽어가는 과정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나는...
그는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하고. 그 무수하고도 자기 파괴적이었던 문답 사항들을 전부 훑어봤다. 그렇다고 해서 그 스스로가 잘못된 과정을 밟은 것도 아니오, 자기 부정적인 인생을 살아간 것도 아니니.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합리화 했다.
그렇다면 이 정도는 괜찮잖아? 하고. 자신을 둘러싼 그 모든 풍경을 고즈녘한 한때의 풍경으로 생각한 채, 미래를 위해서라며 방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스스로가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그 현실적인 사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는 끝없이 생각했다. 또 자문했다.
그 답이 맞는지, 그렇다면 나는 왜 그 답을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지. 에 대해 평생을 고민한 만큼보다 더 고민해왔다.
…
아이트라 위스 폰 인텐티오는 평생을 갇혀 살아왔다. 가문이라는 울타리에서, “널 지키기 위한 거야.” 라는 말들만을 수십번 들으며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다 깨달은 현실은, 그 모든 게 그저 희생 당하는 한 과정일뿐이라는 것을 증명해줘서. 그는 자유를 되찾기로 결심했다. 스스로 그 울타리 밖을 나가 방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람이지 양이 아니니까. 차라리 양보단 양치기 소년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
“차라리, 그럴거면 나랑 같이 가자. 연합은 널 받아줄 거야. 그러니까, 아이트라. 제발…”
내 말의 의미를 알잖아. 그 시절 내가 네게 말했던 것들을 이제 알게 됐잖아. 그러니까 그 이상은 아니야. 그 선을 넘어가면 넌 돌이킬 수 없어. 하고 말해주는 대신 건네는 손길. 독단적일게 분명한 그 말들에 흔들리면서도, ‘아, 이렇게 되찾은 자유에 의미가 있을까?’ 하고 아직 나는 고민 중인 게 분명함을 또 알고 있어서.
“아니. 난, 너와 함께 가지 않아.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그런 부탁을 건네니? 그러니까 이글. 네 인생은 너 알아서 살아. 내 인생은 나 알아서 살 테니.”
네 손을 잡고 너와 함께 걸어가는 대신 나 홀로 걷는 외딴 길을 택한다. 이미 부정해버린 그 수십번의 세월을 다시 돌이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마냥 잔인한 말들을 비수 대신 수차례 꽂고는, 속으론 나는 아직 그 모든 것에 답을 내리지 못했어.’ 하고 회피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정말로 그 긴 시간 내내 아무런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라서. 우리가 우정이란 이름 대신 쌓아올리던 것들을 생각하고는 또 착잡해서져. 아, 그렇게 나는 속절없이 네게 무너지는 길을 피하려고 이러고 사는 구나. 하는 것을 또 알게 되어서.
…
반쯤 자각한 마음은 엉망이다. 더는 돌아오지 못할 그 시절 우리가 처음으로 서로를 그려주었던 초상화가 엉망이었던 것만큼, 그렇게 엉망이다.
그래도 그 시절은 어린 시절이라 추억으로 미화하고 포장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닐텐데. 너는 어찌 그 시절과도 같이 내게 손을 내미나, 무참히 뻗은 손을 거두어 다시는 내밀지 않을 것처럼 굴었던 때와는 다르게 이리 구나. 싶어져서.
나는 그렇게 엉망인 얼굴을 감추고 애써 웃어본다. 네가 내게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하는 것마냥 미소를 그리며 네 반대편에 스고자 한다.
그래, 내가 너와 대치하는 듯한 이 기이한 구도를 가져가다 보면, 결국 나는 너와 함께 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내게 그 시절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내밀지 말아줘. 우리의 초상화가 그토록 엉망이었듯, 지금의 우리 관계도 엉망이잖아. 하고. 홀로 엉망인 속을 다스리며.
나는 거울 속 창백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쩐지 옛날 그 초상화와 비슷한 듯한 내 얼굴을 바라본다. 흔들리는 거울 속의 여인은 어쩐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릿하고, 그 모든 것의 과정을 자각해가는 과정은 너무 아프기 그지 없어서.
나는 그렇게 무너진다. 홀로 무너져 수차례 세웠던 벽들을 다시, 그렇게 견고히 몰아세운다.
…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눈앞의 상태를 바라본다. 잔뜩 흔들리고, 뭉개지는 그 얼굴에 말을 걸어본다.
“그래, 난 틀리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걸로 괜찮아.”
대답은 없어도, 내가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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