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Dream/<사이퍼즈> 글트히세트 | 아이트라 위스
더보기

23년도 5월에 쓴 글입니다. 이번에 티스토리를 하나로 취합하면서 발굴한 것을... 이곳에 백업해둡니다.

 

해당 글은 <당신께 드리는 문장> 진단의 결과를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글 홀든'과 '아이트라 위스'의 관계에 대한 드림 서사 글입니다.


 네가 가진 고통에 대하여 짐작해본다. 네가 나를 가장 필요로 여겼을 순간에 네 손을 놓고선 뒤늦게서야 들려온 네 소식에 후회해본다. 이렇게 너를 막을 거였다면, 그때에 한번만 더 네 손을 놓지 않고 붙잡아 볼 걸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뒤늦은 후회임을 알아 침묵한다. 나는 최근 뼈저린 고통에 시달리는 중이다. 심장을 관통하고 온몸에 불 붙어 타오르는 이 고통의 이름에 대해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네가 다시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잊혀지지 않는 고통(苦痛)을 되새기는 것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이를 상념(想念)이라 할 것이오, 누군가는 그를 환상(幻想)이라 할 것이니. 이글 홀든은 그 모든 걸 무념무상(無念無想)하게 넘기려던 때가 있었다. 아이트라 위스에 대한 비보(飛報)를 알게 되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는 그렇게 계속 살았을 것이다.


"그만하지 그래? 어울리지 않게 왜 그러고 다니는지는 모르겠는데, 너 지금 처지가 어떤지 알고 있어? 그럴거면 차라리..."

"... 하? 뭐? 그만해라? 어울리지 않다? 웃기지마!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이글 홀든이 그 날 아이트라 위스의 공격에 단 한 번의 반격도 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글은 스스로가 가진 그 마음을 우정이라 표현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그렇다기엔 이미 우정으로 완성되어버린 그 관계 속에서... 사실 그 날, 이글은 상대와 함께 하며 이야기하던 그 순간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제 마음을 깨달아 이 완벽한 관계를 금가게 만든 자기자신에게 화가 났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분명, 팽팽한 평행을 띄고 있지 않았을텐데.


"그래.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아이트라, 아이트라 위스. 이 여자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너도 네 인생 막 살면서 남의 인생에 훈수두는 거니? 애초에 네가 먼저 두고 간 주제에, 이제서야...!"


 상대의 속삭임에 끊임없이 낙화한다. 울분 섞인 목소리가 칼날이 되어 제 심장을 찌르고 관통하는 것마냥 시리다. 분명 상대는 울고 있지 않음이 분명함에도 이글 홀든은 무심코 아이트라 위스가 울고 있다고 여기고야 만다. 그 처절한 비명소리를 처절한 울음소리로 들어버려서. 고작 그런 걸 갖고 고민하던 자기자신을 생각하며 자책하고야 만다. 이글 홀든 스스로가 본인의 인생 속에서 후회 없이 살겠다 다짐해 막 살고 있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이 있기 마련이라. 그는 자신을 보며 소리치는 그녀를 본다. 자기가 공격하는 주제에 더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상대를 조용히 끌어안고 그 공격을 감내하다가도, 그 모든 걸 인지하고 비틀대며 떠나가는 상대를 차마 붙잡지 못해 중얼거리고는 만다.


"하... 진짜 답지 않게. 왜 이러냐." 하며 두 손으로 가린 얼굴에는 웃음 한 점 없다. 분명 이것이 그답지 않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차마 멈출 수 없다. 정지하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가 된 느낌이다. 아니, 조절하지 못하는 화염 능력자가 몸소 된 기분이라고 할까. 뜨겁다. 붉다. 시야 속에 꽉 찬 세상은 여름을 띄고 있다. 그 날과 같은 여름이다. 하필, 그 여름이다.

아이트라 위스는 여름마다 이글 홀든의 어깨에 기대 덥다고는 했다.


 더우면 떨어지라고 했지만, 혼자 있는 게 더 덥다며 붙어대던 그 날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그가 상대와 만난 건 그녀의 집안에서 주최한 저택의 파티장 밖에서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 성격상 혼자 밖에 나와 있던 건 말이 안 되지만, 어찌 그렇게 타이밍 맞게 자신과 마주한 건지. 일탈에 익숙한 꼬맹이와 일탈을 처음 경험한 꼬맹이는 서로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댔다. "너희 집은 그래?" "너희 집도?" 하며 답답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 날의 대화가 현재를 만들었다면, 이 감정도 그때부터 시작된 걸까.

 이글 홀든은 그날 아이트라 위스의 눈동자에 비친 녹음을 보았다. 태양이 내리쬐는 나뭇잎의 형태를 온몸으로 느끼며 왜인지 덥다고 생각했다. 답지 않게 손을 내밀고, 답지 않게 배려를 하고, 답지 않게 굴어서. 누군가 안다면 티가 날 정도였어서. 그래서 너는 우리 집안으로 부터 온 약혼 제의를 무참히 까버린 걸까. 엉엉 울며, 나와는 친구로 남고 싶다고 빌었던 걸까. 알 수가 없었다. 도저히 그 심정이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그 이상 파고들고 싶지도 않았다.


 본능적인 감각이 침묵이 좋다 예고했다. 그에 따라 침묵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글 홀든은 십여년 넘게 아이트라 위스와 친구로 지낼 수 있었고, 그 어린아이 둘은 자라서...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피 터지게 싸우는 싸움의 현장이 어찌 발생된 건지 생각해보자. 이글 홀든은 끝없이 아이트라 위스의 현재를 막기 위해 움직였고, 아이트라 위스는 이글 홀든의 개입에 이러한 현실이 제 맘에 쏙 든다고 말하며 화를 내고. 지진부진한 싸움의 반복이었다. 아주 오랜기간동안 반복된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이 끝난 것은 어느 날, 아이트라 위스가 연락도 없이 쓰러져 있는 걸 목격하고 연합으로 데려온 이글 홀든이 "차라리 그때 억지로라도 데려올 걸." 하고 중얼거리게 된 어느 날. 일어난 아이트라 위스는 돌아가겠다 말하였고, 그를 이글 홀든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을 지하 연합의 사람들이 지켜보며...


 그 시절 놓친 네 손을 다시 놓치지 않을게. 너는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네가 외로움을 타면 언제든 껴안아 줄 수 있도록 네 옆에 있을게. 네가 뭐라하든 난 한번 문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독수리니까, 널 떠나지 않을게. 그게 자의든, 타의든, 어떻게든 네 옆에 붙어서... 분명 너는 계속 달라붙는 나를 내치지 못할 테니까. 언젠간 그럴 날이 올 테니까. 그럴 날이 올 때까지 힘내볼게. 하고.


 이글 홀든이 아이트라 위스의 손을 놓친 날도 여름이고, 다시 잡고자 한 때도 여름이며, 다시 잡게 된 날도 여름이다.


 마침내 여름이었다. 기나긴 더위가 다시 시작되는 여름.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더위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