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캐릭터의 이클립스에는 트리거 워닝이 될 수 있는 서사가 다수 존재합니다. (가스라이팅 및 가정 폭력에 대한 내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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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XX 점성 능력자
투명의 아이트라
거짓 없는 투명한 세상과 마주하고 싶어. 그것이 하나의 거짓말일지라도.
그 날, 나는 갈 곳이 없었어. 오갈 길을 잃었지. 거짓으로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렸어. 계속된 절망에 미칠 것만 같았지.
그 때 나는 고민하고 있었어. 오늘이야 말로 이 모든 걸 끝낼 때인가 망설이고 있었지. 정말 모든 게 내 잘못일까? 나에겐 왜 이런 일들만 벌어지는 거야?
그러다 내 삶의 의미를 되찾고야 말았어. 기억해내고야 만 거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은 자유에 기반해 있다고 해. 과연 구속된 들개는 들개일까, 아니면 잡혀가버린 사냥개일까.
나는 생각했어. 수 없이 고민했어. 나에게 오지 못한 그 기회를, 내가 직접 만들어내기 위해.
그렇게 난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 직접 이 두눈으로 확인해야만 했거든. 내가 없는 세상과 내가 있는 세상, 그 모든 걸 둘러싼 공기가... 진정으로 어떠한지. 난 경험해보고 싶었어.
그리고 발견해버리고 만 거야. 기어코 내 진실을 파헤쳐 버리고 만 거야. 그래, 내가 외면한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독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만 했지.
하지만 이젠 괜찮아.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워 졌거든.
“내 이름은, 아이트라 위스. 똑똑히 기억해둬. 네 세상을 함께 되찾아줄 사람의 이름이니까.”
나는 그 날 가문을 떠났어. 내 이름 뒤에 붙던 글자들을 전부 떼어버렸지.
그날부터 내 이름은 아이트라 폰 인텐티오가 아니게 되었어. 그래, 아이트라 위스가 된 거야. 그 전에도, 후에도. 갖지 못했던 온전한 나만의 것. 그건 나 역시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야.
그래, 당신들은 틀렸어. 전부 다 지옥으로 떨어져 버려.
그토록 멸시하던 내 능력에 기생해 살았으니, 내가 없다면 당신들도 부서져 버리겠지. 독기 어린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어.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 아니, 그랬는데 내가 몰랐던 거겠지.
폭풍우가 치던 날, 나는 집에서 나왔어. 비바람이 몰아치며 내 탈출을 축하해줬지. 그들은 그 전부터 불안의 징조를 눈치챘나 봐. 이상하게도 그 날 따라 날 붙잡더라고. 하지만 난 유유히 그 자리에서 벗어났지.
있지, 말야. 진정으로 자유로운 게 뭔지 알아?
두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데 아무도 나를 막지 않는 거야. 더 이상 나를 억압하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없이 홀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나는 그 날 비로소 자유로워 졌어. 그리고 새로운 현실과 직면했지.
하지만, 괜찮아. 난 그곳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야. 내 능력도, 마음도. 전부 그곳에 두고 왔어. 그들은 아마 모를 거야. 내가 그 날 그곳에 버리고 온 능력이, 그 물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그날부터 난 액체 능력자가 아닌 점성 능력자가 됐어.
스스로의 의지 때문인지, 어떠한 신의 섭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 난 모두의 예상대로가 아닌 나 스스로 그 순간을 선택한 거야.
하나의 능력이 사라진 것에 난 크게 개이치 않았어. 애초에 별 것 아닌 능력이었는 걸? 내 모든 건 이 작고 귀여운 녹색 친구와 함께 하고 있었지. 그 능력만 무사하면 난 괜찮았어.
그래서 그 날 난 결심했어. 앞으로의 난 그 누구에게도 휘말리지 않아. 그 누구의 말에도 넘어가지 않아.
하나의 성장기를 겪듯, 그렇게 무언가를 겪은 난 한 가지를 깨달았지. 세상에 달콤한 건 없어. 온통 거짓된 것만 존재하지. 아, 성장기라고 하기에 난 아직 그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나비가 되기 위해 변태하는 과정이라 할까?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 난 나의 내 목표를 정했어.
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과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었고, 어릴 적 내가 본 그 풍경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 걸 거야.
언제나 내가 살아있다고, 모두에게 되새기기 위해. 나는 그 모든 걸 이루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내 다짐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그 거짓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깨끗한 게 남아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역시 나도 또 다른 거짓말을 미리 하는 게 되어버리는 걸까?
하지만 난 아직도 믿어.
인간의 선의와 운명이 꽃 피울 수 있는 그 시대의 폭풍을, 그리하여 곧 투명해지고 깨끗해질 세상의 진리를.
그러니 내가 들려줄게, 보여줄게. 아직 이 세상은 너에게도 살만하다고, 내가 증명해줄게. 내 소망을, 내 소원을. 그렇게 이뤄낼 거야. 나 스스로!
그날부터 난 내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고 증명하기 위해 온 시간을 쏟았어. 내 희망이 틀린 게 아니라고, 나쁜 게 아니라고… 그래, 문제 될 게 아니라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지.
…
이런 생각을 아직도 끊어내지 못하면, 그렇다면… 나는 아직 완전히 그곳을 떠나지 못한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 온통 혼란스럽게 그지 없어.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곳이 나를 가두는 감옥이었다니. 정말 나에겐… 그 모든 게 꿈만 같았어. 진실이었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 이 자유를 어떻게든 누리리라. 내 목표를 또 다시 박탈 당하지 않으리라.
사람은 말이야. 살아갈 의미를 찾았을 때 비로소 생존 욕구가 잔뜩 거세진다고 해. 그래서 일까?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달리 누군가를 해칠 수 있을 것만 같았어.
그래서 그 날 나는 복수를 할 수 있었어. 아무것도 아닌 마냥 모두를 기만하며, 그 폭풍의 전조를 저택 한가운데 불러일으키고 갔지.
그들은 날 다시 되찾고 싶어 할 거야. 되돌리려고 하겠지. 너무 늦었음을 모른 채, 그렇게 발버둥칠거야.
하하, 꼴 좋다. 그렇게 전부 광기에 잠식되라지. 그들은 세상에 흔적도 없이 추억될 거야. 오직 그 가문의 광기만으로 인해.
거짓된 낙원을 위하여
자… 그럼 어디서 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었는지에 대해 말을 해볼까? 그래, 내 기억의 처음으로 되돌아보자. 내 시선으로 처음 목격한 세계는 매우 투명했어. 창문 밖으로 실려오는 바람, 그와 함께 커튼을 뿌리치고 들어오는 커다란 햇빛. 나를 지켜보는 갈색의 눈동자가 유독 따스했어. 기분이 좋았지. 나는 어린 아이의 웃음을 보였어. 사랑스러운 그 세계에 처음으로 인사를 하였어.
그 날의 나는 몰랐던 거야. 그 사람이 부모님이 아니라곤 상상치도 못한 거지.
난 평생을 그 좁은 세계에서 살아갈 뻔 하였어.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내가 그로 인해 필요하게 되기 전까지.
그것도 모르고 난 그동안 머물렀던 작은 방에 홀로 인사를 했지. 안녕, 잘 있어. 나중에 또 놀러올게.
안타깝게도 몰랐던 거야. 다시 그곳에 돌아가게 될 거라는 걸.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종종 그곳에 갇힐 거라는 걸.
난 온통 거짓된 세계에서 살아갔었고 그 탓에 아직 현실을 몰랐지. 뭐, 내 어머니라 생각한 사람이 사실 사용인인 것도 그 공간 밖을 나가 알게 되었는데. 그 때의 내가 무얼 더 알았겠어?
세상에 “안녕, 세계.” 하고 인사한 것이 매일매일 작별 인사가 되지 않도록 나는 무던히 노력해야만 했어.
부모님은 걸핏하면 내게 말했지. 내가 장녀니까 희생해라. 내가 맏이니까 희생해라. 참 신기해. 그 녀석은 하나도 빼앗긴 게 없었거든. 그렇게 가둬져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는데… 항상 나만 그러고 있어야 했지. 그래도 그때는 몰랐어. 마냥 그렇게라도 나눠주는 온기가 좋았던 것 같아.
동생에게 주는 온기를 뺀 나머지가 내게 쏟아내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아니, 애초에 그런 건 온기가 아니라 냉기라고 알려줄 사람 한 명 만들지 못한 채.
그래서 일까? 난 그 날이 오기 전까지 그 온기에 매몰되어 살아갔던 거야. 그 거짓된 낙원 속에서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살아왔던 거지. 내가 그냥 다 틀렸다고. 그래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거라고.
…
그 낙원을 벗어나서야 알았어. 아니, 그 지옥 같은 시간을 감내하고 또 감내해서 진실을 알아낸 후야 벗어날 수 있었지.
세상에 낙원은 없어. 오직 낙원이라 주장하는 거짓만이 존재할 뿐이야.
그렇다 해도 그 낙원을 되찾고야 싶어진다면, 아니 그러한 낙원을 진실로 바꾸고자 한다면 실체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린 나는 그러한 생각을 했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부던히도, 미련하게 노력한 것이겠지.
낙원과 지옥
어린 내가 한 노력은 참으로 많았어.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할지 생각해봐도 전부 다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노력해왔어.
하지만 내 모든 노력은 부정 당했지. 그냥 내가 부정되어야 편했거든. 그들에게는.
“아이트라 폰 인텐티오! 도대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무슨 말을 했기에 네 동생이 그래!”
“... 전 아무것도 안했어요. 정말요. 전 오늘 이 방에서 나가지도 않은 걸요.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하?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됐다. 당분간 방 밖으로 나오지 말렴! 하여간 재수가 없어야지.”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씁쓸한 말이지만… 나는 그런 그들에게 라도 받는 온기가 마냥 좋았던 거 같아.
그래서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그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 거겠지.
나는 그러지 않았어요. 난 그곳에 있었는 걸요. 하는 이 두마디조차 믿어주지 않았어. 아니, 그게 진실임을 알면서도 그냥 외면한 거겠지. 나 하나 희생 시키면 모두가 편하니까. 나는 그렇게 그 세상 속에서 고립되어 갔어.
이상하게도 유독 화창하고 밝은 날일 수록 그런 일이 많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알아버렸지.
“... 아르토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그냥 누나가 싫어.”
그 애는 내가 싫어 그랬구나. 그저 그래서 내가 절망하길 바랬던 거구나.
나는 그래도 꿋꿋히 절망하지 않았어. 그럴수록 그 애를 사랑하기 위해 더 노력했지.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야. 내가 그 집안에 필요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를. 어찌 보면 나만의 생존 방식이었던 거겠지. 나는 자각치 못한 무의식 중인 그런 본능 말이야.
그 시기, 나는 내가 그 애와 달리 어느 정도의 어리광도 부릴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직면하고 있었어.
사실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로는 그 모든 걸 외면하고 싶었어. 그냥 이유 없이 사람이 이럴 수 있다는 게, 나는 믿겨지지 않았어.
나는 아직 그러한 세상에 내던져 지지 않았는 걸. 그래, 내 세상에 대한 욕심이 오늘 날의 나를 불러온 거야.
그때 내가 그 집안을 뛰쳐 나오는 게 맞았을까? 그 순간이 될 때까지 그러고 있던 게… 내 잘못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어. 끝 없이 고민했지.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 길 잃은 어린 양이 된 것만 같았지.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세뇌해 갔어. 날 사랑하냐는 물음에 답하지 못할 그들을 알면서도, 홀로 노력해왔지.
그들은 날 사랑할 뿐이라고. 그래서 그런 나를 위하여 그러고 있는 것뿐이라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내 생각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던 날들이 이어졌어. 드디어 난 자연스럽게 일부쯤은 스스로를 속일 수 있었지.
이상하게도 그 날의 내가 그리 자랑스럽지는 못했던 거 같아. 이상하지? 그토록 노력했는데. 그 결과물에 스스로조차 긍정하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 순간이었겠어?
나는 나 홀로 시작한 혼잣말들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읊기 시작하였지. 그 순간 내 작고 귀여운 녹색 친구들이 만들어 졌던 거 같아. 우연과 우연에 기댄, 필연적인 만남이었지.
그때의 난 무척 외로웠거든. 외로워서 그곳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많이 심심했어.
그때의 내가 그 혼잣말들을 어찌나 많이 읊었는지… 넌 모를 거야. 아마 영영 알 수가 없겠지.
그렇게 나 역시도 인지하지 못하게 될 시간들이 흘러져 갔어.
아마 그 순간이 찾아오지 못했어도, 난 언젠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거야.
왜냐하면 그곳은 지옥이었으니까. 본디 사람은 지옥보다, 낙원을 갈구하기 마련이야.
그 낙원을 위하여
일정한 순간부터의 나는 그 순간에 적응 되어 갔어. 그 순간들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는 것으로 그나마 만족하였지. 하지만 그런 내 욕심 때문이었을까? 매번 아르토르는 나에게 심술을 부렸어. 날 곤란하게 만들고 적선하듯 어떠한 보상을 해주길 멈추지 않았지. 사실 이해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순응해야 했지.
그 날 역시도 그러한 날들 중 하나야. 본디 홀든 가와 인텐티오 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
능력자와 비능력자 가문, 대대로 검을 쓰는 게 자연스러웠던 가문과 나라의 돈을 매만지는데 일가견 있던 가문. 뭐, 당연할 노릇이지. 모든 차이는 그런 하나의 사소한 것들에서 나오는 법이거든.
나를 봐. 나 역시도 그러한 삶을 살다왔잖아? 아, 이건 너무 블랙 유머인가.
… 어쨌든 그 날도 그러한 나날들 중 하나였어. 아르토르가 심술을 부린 순간 중 하나였지. 그래서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참고, 겨우겨우 바보 같은 얼굴로 헤헤 웃고 있었는데. 처음보는 한 아이가 내게 어떤 말을 꺼내는 거야.
“넌 바보야? 왜 그런 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
“어…”
이상하게도 그 순간 말문이 탁 막혔어.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웃어 보일 수 없었지.
나는 그 자리에서 그저 멍하니 그 아이를 바라봤어. 그 날 따라 조금 쓸쓸했나 봐. 내게 말을 걸어주는 그 아이에게 괜히 어리광 부리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지.
그 아이는 내 우는 얼굴에 당황했어. 난 해도 될 말과 안해도 될 말을 전부 하며 그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였지. 내 의사를 물어봐주던 애는 처음이였어서. 그렇게 잔뜩 말을 쏟아내고 나니 눈물이 멈췄어. 그런 나에게 그 아이는 단 한마디를 하였지.
“그래, 오늘은 이글 홀든 님께서 특별히 기분 전환 시켜 줄테니 말이야~ 오늘 있었던 일은 그렇게 끝내는 거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붉게 물든 눈가와 엉망이 된 얼굴로 환히 웃어보였지.
그렇게 우리의 우정이 시작됐어. 내가 그 아이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은 며칠이 지나 알게 되었지. 나는 그 날의 인연을 잊지 못했어. 그 아이와 다시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했지.
그런 내 소원을 신이 들어줬던 걸까? 그 이후에도 그 아이는 계속 나를 찾아왔어. 내가 그 아이의 집에 갈 수 있게 되기 전까지 계속 나를 찾아왔지.
그 애가 어떠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와주는진 모르겠지만… 그 시기의 나는 그게 마냥 기뻤어.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지.
그래, 그 애는 내가 처음으로 생각한 낙원에 가까운 아이였어. 그러한 친구였지. 우리의 우정은 일시적으로 지속될 때도 있었고, 사일밤낮으로 지속될 때도 있었지. 그보다 더 짧기도, 길기도 하였어. 나는 생각했지. 나도 그 아이처럼 되고 싶어. 나는, 그렇게 욕심을 부렸던 거야. 그러한 내 욕심이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우리의 우정은 틀어질 기미가 보였어. 우리의 약혼식이 처음으로 거행하기로 예속된 날, 나는 울며 불며 난리쳤지. 내 인생 최초의 반항이었어.
… 그래. 나는 그 아이가 나로 인해 자유롭지 않아 지기를 바라지 않았어. 계속 쭉, 그렇게 자유로운 모습을 내 눈앞에서 보여주길 희망했던 거야. 그러니 상대의 의견은 듣지 않고도 그렇게 투쟁한 것이겠지. 그 아이와의 약혼은 내 소망을 짓밟는 것과도 같았거든. 유일하게 숨쉴 수 있던 낙원을 내 손으로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그렇게 노력했지.
아직 쓸모가 많은 아이를 그렇게 잃기는 싫었던 노릇일까? 아니면 나름의 계산을 끝내 이후에도 이 이야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였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일 내 반항은 그렇게 성공했어. 후폭풍이 좀 있긴 했었지만, 나는 마냥 기뻤지. 그래, 내가 그 아이에게 짐이 되지 않겠구나. 그 아이는 다시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를 보러 와주겠구나. 하고.
기다림
그 아이는 한동안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난 삽시간에 불안해 졌지.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한 게 있었나? 실수한 게 있었을까? 하나부터 열까지의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어.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모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 그리고 그 때 마침 홀든 가에서 열린다는 파티가 있었어. 내 또래의 아이들도 따로 무언갈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든 모양이더라고.
나는 나를 데려가지 않으려 하는 부모님께 무척이나 졸랐어. 그 파티에 꼭 가고만 싶었지. 이번에도 이야기한 게 실패하면 그냥 몰래 숨어서 라도 그 아이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어. 어린 아이의 치기였지.
다행히 부모님은 내가 그 자리에 얌전히 있는 것을 조건으로 날 데려갔어. 난 그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있었지. 다시 만나러 간 날, 그 아이는 날 제대로 봐주지 않았어. 그게 얼마나 서러웠는지 몰라. 또 다시 울기 시작하는 내게 그 아이는 당황한 얼굴로 손수건을 건넸지.
“있잖아… 내가 싫어 졌어? 그래서 날 더 만나러 오지 않는 거야?”
생각해보면 난 그렇게 잘 울지 않는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그 아이 앞에선 자주 눈물이 나왔던 거 같아. 본능적으로 내가 울어도 배척하지 않을 아이임을 눈치채서 일까? 천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지금 와서도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도… 착한 모습이 여전히 남긴 하였지. 아무튼 그 아이는 화난 얼굴을 하면서도 우는 나를 잘 달래줬어. 엉망진창인 내 얼굴에도 내 곁에 남아줬지. 그리고 대답해줬어.
“아이씨, 그건 아니고. 하… 됐다. 됐어. 내가 이 꼬맹이랑 뭘 하자는 거냐. 그래, 앞으론 네가 날 만나러 와. 자꾸 나만 가게 만들지 말고.”
그렇게 우리 집안끼리의 교류가 우리에게도 전염될 수 있었지. 난 그 날로 집에 가 허락을 맡았어. 비록 여러가지 달린 조건들이 참 많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기뻤었지. 그 애를 앞으로도 볼 수 있게 된 거야! 심지어 내가 찾아갈 수도 있었어.
이상하게 그 사실마저도 마냥 기뻤던 것 같아. 왜일까? 이건 아직까지도 모르겠는데.
그 시절의 나는 매번 기다리기만 해서 그런가? 누군가를 먼저 찾아갈 수 있음에 마냥 기뻤었지.
거짓말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언제나 함께였지.
때때로 나는 생각했어. 내가 남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그 아이랑 더 즐겁게 놀 수 있을 텐데.
그런 내 말을 들은 그 아이는 화를 냈어. 그럴 필요 없다고. 지금의 너도 자기와 놀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짜증을 부렸지. 나는 그게 마냥 기뻤어. 누군가 나를 위해 화를 내준다는 게 참 고마웠지.
그래서 이후부턴 그 아이에게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시작했던 거 같아. 그 아이와 내 모든 것을 나누고 싶었지. 내 능력, 내 비밀. 그리고 우리 집안의 비밀 역시도.
그 아이는 그게 부담스러웠나 봐. 매번 무거운 이야기가 나올 거 같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지. 나는 그에 따라줬어. 그렇게 나는 다시 그 아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어. 또 다시 침묵을 지키게 되었지.
그런 내가 걱정스러웠나 봐. 나날히 말수를 잃어가니 걱정한 거겠지. 사실 그 때의 난 꽤나 피곤해서… 그 아이를 만나기 조차 버겨웠거든. 그래도 만나고 싶어도 열심히 찾아갔었지.
“... 너 말이야. 무슨 일 있지?”
“... 어, 아니?”
그 아이가 원하는 가벼운 일상을 위해 내가 진실을 발뺌하고, 그 아이는 계속 진실을 밝히려는 나날이 이어졌어. 그토록 진지한 이야기를 싫어하면서도, 내가 막상 그렇게 되니까 날 걱정한 거야.
나는 그 아이가 마냥 고맙고 또 기쁘면서도, 그 아이가 이 이상 내 안에 들어온다면 위험할 걸 알았어. 내 인생의 전부를 그 아이에게 바치고 싶지 않았어.
그래, 구원이라는 말로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을 거야. 차마 사랑이라곤 할 수 없는 감정의 크기였지. 그때의 난 누군가를 좋아한다기엔 너무 어렸어. 그래서 마냥 그 아이를 동경하고 또 그리워 하고 있었지.
항상 그 아이를 찾아가게 된 것은 난데, 그 아이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더욱 곱씹고 곱씹어 기다리는 건 나라서. 그래서 나는 항상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기분이었어. 그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간섭이 없던 시간이었거든. 우리 부모님은 항상 외부의 시선을 신경 썼으니까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내 몸에 남은 흔적을 엿 봤어. 내 비밀을 정확히 목격해버렸지.
그 아이는 그 비밀을 모두에게 이야기 하려 했어. 그게 누구냐,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내게 주장했지.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어. 난 알았어. 이를 들킨다면, 나는 다시 이 아이를 만나러 올 수 없음을.
그래서 필사적으로 주장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저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냥 이 모든 건 내가 평소와 같이 허둥대서 벌어진 일이라고. 그런 내가 의심스러웠던 걸까. 그 아이는 자꾸 추궁을 하려 했지. 그러다 내 흔들리는 시선을 봤나 봐. 울 것 같은 얼굴을 봤나 봐.
그냥 평소와 달리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을 한 그 아이는 말했지.
“난 엉망진창인 건 싹 질색인데. 그래도 네가 그러고 있는 건 더 싫어. 그러니까, 그냥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뭐,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으니까. … 예전엔 내가 먼저 피하기도 했고.”
“응, 그럴게.”
나는 그런 아이에게 거짓말이 될 말을 내뱉었어. 순순히 긍정하는 말을 언급했지.
그 아이도 알았을 거야. 워낙 거짓말에 민감하던 아이니까. 하지만 그 이상 나를 취조하진 못했지. 내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거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난, 당분간 그 아이를 찾아가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더 찾아가고 싶었지.
찾아가면 안 돼. 찾아가야 해. 그 이중적인 욕망 사이에서 혼란이 올 것만 같았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내 현실을 향한 본질적인 질문이 내려져 버렸지.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했어. 왜냐면 그 아이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귀족 집안의 아이인 척, 그 아이와 함께 하던 내가 사실은 별 것 아니었다고. 그렇게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직면
그러던 어느 날, 방에 있던 나를 어머니가 불렀어.
그런 건 처음이었지.
“이번에 홀든 가에서 파티가 열리는데, 네가 필요하구나. 도와줄 수 있지?”
이상하게도 평소라면 마냥 기뻤했을 텐데. 날 필요로 여기는 그 순간에 아, 나는 아직 버려지지 않겠구나 하며 안심했을 텐데. 정말 이상하지. 난 그 순간 제일 먼저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 아이를 만나고 싶었어.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았어. 초라한 내 겉모습과 현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 난 그렇게 현실을 깨달았어. 처음 그 모든 걸 제대로 직면하는 순간이었지.
아, 이게 부끄럽다는 감정이구나. 현실을 자각한 난 그리도 생각했어. 내 모든 순간들을, 그 아이가 없던 시간들을. 나는 무의식 중으로 나마 그 아이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한 거야. 사실 나도 이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런 내 눈앞에 내 대답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었어.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을 하였지.
“네, 그럴게요.”
내 느린 대답에도 어머니는 개의치 않으셨어.
오히려 그 대답만이 나올 것임을 아는 사람인 마냥 자리를 떠날 준비를 미리 하고 계셨지.
내 대답이 끝나자 마자 어머니는 자리를 비웠어. 날 두고 다시 돌아가 파티에 갈 계획을 짜려는 거겠지.
문득 그 모든 순간들에 외로워 졌다고 하면, 그거야 말로 진실인 걸까? 잘 모르겠어. 그때까지의 난 온통 거짓으로 뒤덮여 있었는 걸. 내가 하는 말도, 생각도. 전부 거짓이고 진실이었어. 두 가지가 뒤섞여 진짜가 되었지.
그런데도 그 생각 하나가 진실이 맞긴 하였나 봐.
마음이 싱숭생숭 했어. 참으로 이상했어. 평소 그 아이를 만나러 갈 때엔 마냥 들뜨고 기뻤는데. 지금은 그 아이에 대한 생각마저 스쳐지나가지 않았어. 곧 그 아이를 보러 갈 텐데, 그래서 미리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야 할 텐데. 그냥… 이 모든 것에서 진실로 도망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해버렸던 거야.
그렇게 난 현실을 엿봤어. 상상 속에서 조금 벗어났지.
물론 그래도 이전과 비슷하긴 하였어. 내 현실은 달라지지 못하니까. 나라도 달라져야 했거든.
우정의 왈츠를 함께 춰
그 날의 파티는 온통 화려하게 치장 되어 있었어.
평소 홀든 가의 파티는 검소하기로 유명했거든. 근데 그 날 따라 무언가 달랐나 봐.
나는 그 아이를 피해 그 파티장을 둘러보고 있었지. 그러던 내 눈에 내 또래의 아이들이 보였어.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운데. 나는 그 아이가 날 떠나갈 때의 대비를 하고 싶었나 봐.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친해지고 싶었지. 하지만 역시 이런 내게 그런 건 무리였을까?
나는 또 자연스레 혼자 남겨졌어. 크고 넓은 파티장에서 홀로 우두켜니 있었지.
그런 날 그 아이가 발견했었나 봐.
나는 다급히 달려오는 그 아이를 피하지 못한 채 파티장 한구석에서 그 아이와 대면하게 되었지.
“하아, 하. 그동안 왜 안 왔는데? 설마 나 피한 거?”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우두켜니 서있었어.
근데 그 아이가 숨이 차도록 날 찾았던 거야. 그 때 어쩔 줄 모르고 울음을 터트린 나와는 다르게, 그 아이는 나를 찾기 위해 이렇게 뛰어온 거야.
문득 생각했어. 아, 너는 아직 날 버리지 않겠구나. 언젠가 날 떠나가겠지만, 분명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날 두고 가버리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겠구나.
난 그 아이가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내게 해줬던 말을 변형해서 들려줬어.
“...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나만 만나러 가는 건 싫어서. 심술 좀 부려봤어. 그러니까 앞으론 너도 날 만나러 와. 나만 찾아가게 만들지 말고.”
그 아이는 그 대답에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였지. 기가 찬 얼굴로 웃음을 내뱉으면서도 내게 뻗은 손을 다시 회수하지 않았어.
그래, 그 날 우리는 같이 춤을 쳤어. 파티장에서 흘러나오는 왈츠에 맞춰 춤을 췄지. 그 아이는 그 춤을 생각보다 잘 췄어. 능숙한 태도로 잘 리드했지. 물론 나도 나쁘지 않게 췄다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아이는 그냥, 뭐든 잘할 것만 같았어. 그래서 무심코 안심해 버렸지.
우리의 우정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어.
내가 더 크고, 그 아이가 더 커서. 더 이상 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결국 그 모든 것은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자, 이제 슬슬 남은 이야기를 마저 진행해볼까?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 있으면 다 끝날 거 같아. 한 한 개? 아니면 두 개? 아, 그보다 조금쯤은 더 많이 남았으려나?
아무튼 말이야. 그랬던 순간들도 있었지. 그 아이와 나는 그 어린 시절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다퉜고, 결국 다른 서로를 이해치 못한 채 그렇게 서로를 외면하고 또 상처 입혔지.
그런 관계가 싫었던 걸까. 그 아이는 어느 순간이 되자 마자 나를 떠났어. 내 예상대로였지.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 왜였을까? 그 아이와 관련된 모든 순간들은 눈물이 섞여 있었는데, 또 정작 그 아이로 인해 울어야 하는 순간이 되자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거야.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어. 관계의 작별이었지.
그 아이는 내 예상대로 앞으로 나아갔어.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우두켜니 서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또, 내가 먼저 그 아이를 찾아갈 순 없었어. 그 아이가 아무런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집을 떠나 버렸거든.
비로소 진짜 혼자가 되어버린 거였지. 내 어린 시절을 든든히 지탱해주던 기둥 하나를 잃어버린 거야.
그 아이와 내가 싸우던 날, 우리는 다시 화해하지 못했어. 그리고 다시 만나지 못했지.
어쩌면 사소한 의견 다툼이었을지도 몰라. 둘 중 하나가 먼저 손을 건네면 되는 일이었겠지. 나는, 이번이야 말로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아이가 나를 떠날지도 모르겠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거든.
그리고 그 다음 날, 그 아이는 홀든 가를 떠났어. 나는 소문으로 들려오는 그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무언가를 깨달았지.
아, 우리는 영영 화해하지 못하겠구나. 네가 그렇든, 내가 그렇든. 아무든 시간은 그렇게 흐르겠구나.
조금은 후회했어. 조금은 서글펐지.
그래, 솔직히 말할게. 난 아주 많은 시간을 후회로 보냈어. 그러다 드디어 제정신을 차렸지.
우리 집안 사람들이 모두 그 문제를 내 탓이라고 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아 버린 거야.
이 현실이 어딘가 잘못 되어 있다는 걸. 사소한 가문 간의 말다툼을 크게 키운 장본인들이 이번에도 날 탓하고자 한다는 걸.
난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내가 얻은 깨달음을 직면하고 또 외면하지 않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
이곳에 계속 있으면 또 다시 외면할 것만 같았거든. 직면하지 못할 것만 같았어.
나는 그렇게 요양을 핑계로 집안을 나섰어. 그리고 별장으로 가서… 자유를 되찾았지.
처음으로 맛본 자유는 달콤했어. 아, 네가 이걸 위해 나를 떠나간 거구나. 무심코 이해가 갈 정도였지.
나는 그 이후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누군가가 나를 찾으러 올 때까지, 집안에서 내 부재를 알아차리기 직전까지. 짧지만 아주 긴 탈주극이 진행되었던 거야. 비로소 그 탈주극의 장본인이 생겨나.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은 그저 그랬던 이야기가 되어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엿 봤어. 나를 잡으러 온 사람들 중 멀쩡한 사람이 없길래, 조금 손 봐주기도 했지. 나는 나 스스로를 내가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생각했어. 그래서 그렇게 자만한 거겠지.
원래 혼자하는 여행은 방심하면 안된다고 해. 그렇지만 난 방심했고, 그 대가를 알게 된 걸까?
난 위기에 쳐했지. 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그 사람들을… 죽여야만 했고. 나는 차마 첫 살인의 순간을 결정짓지 못했어. 내가 죽이지 않으면 위험할 순간에도 망설이고 있었지.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났어. 위기에 쳐한 나를 동화 속 왕자님처럼 구해준, 잘생기고 멋진 능력자.
히카르도 바레타라는 이름을 지닌 그 남자는 이름마저 멋졌지. 난 급속도록 사랑에 빠졌어. 그와 동행을 요청했지. 그는 이상하게도 그런 날 부담스러 하면서도 날 거절하지 않았어. 난 그 사실이 마냥 기뻤지.
내 인생에도 드디어 봄이 오는 걸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지. 수줍게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어. 시간이 지난다면 저 사람도 날 사랑해주지 않을까? 내 인생도 그렇게 구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멍청하게도 안심했던 거야. 세상에 구원은 없는데. 있다고 하여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인데. 나는 또 쉬운 길을 찾아가고 싶어서. 그래서 상대에게 기대려고 했던 거겠지. 그런 내 마음을 상대가 눈치 챘었나 봐. 어설픈 이 마음을 불쾌히 여겼나 봐.
인텐티오 저택 근처의 구역을 지나가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말했어.
“... 지금까지 너와 동행한 것은 전부 인텐티오 가에서 내건 의뢰 때문이었다. … 귀족 아가씨의 소꿉 장난엔 어울려줄 생각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도록.”
순식간에 환상이 깨졌지. 내 제대로 된 고백도 결국 전달하지 못했어.
사실 난 모든 진실을 고백하고 함께 도망치자고 하고 싶었어.
지긋지긋한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나를 구원해준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이런 내 감정이 아직은 어설퍼 보일지 몰라도, 사실 진심이라는 걸 당신이 알아줄 거라 믿는다고.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나름이야. 내 어설픈 마음 전달은 상대에게 불쾌감만 낳았던 거겠지.
상대는 내 고백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어.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나 홀로 시작해 나 홀로 키우던 그 감정을... 끝낼 때라는 걸 알았지.
그냥… 그 모든 게 지긋지긋 했어. 항상 닿지 않는 내 진심들도, 다가가지 못하는 관계들도, 결국 고립되어만 가는 내 자신들도. 그래서 난 알겠다고 했어. 그대로 내 집으로 함께 돌아갔지.
그 이후 그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굳이 찾지 않았거든.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은 나도 결국 외면하고 외면하던 현실을 직면하게 되어서. 그를 해결해야 했어.
그래도 아주 조금은 궁금해 하긴 해.
그 사람과 내가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나는 과연 행복했을까?
그냥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야. 누구나 다 그렇잖아?
하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바뀌기로 했으니까 그 모든 것에 대한 생각 자체도 접어야 겠지.
그래,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게.
결국 마지막 이야기조차도 그렇게
마지막 이야기는… 내가 집을 나왔을 때 이야기야.
참으로 다난다난한 삶이었지. 참으로 복잡했어.
집으로 돌아간 난, 바로 그 작고 좁은 독방에 갇혀졌지. 24시간 동안 끝없는 감시의 시선이 이어졌어.
아마 그들도 알았을 거야. 내가 심상치 않은 선택을 내릴 거라는 걸. 그게 집안과의 단절일지는 몰랐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그랬던 거겠지.
나는 그 시선을 피해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끝맺혔어. 누군가는 이런 나의 마지막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할지도 몰라. 이러한 내 선택을 옳지 않다고 말하겠지.
그런데 어떡할거야? 이게 내 선택인데.
인정해. 난 그동안 너무 멍청이처럼 살았어. 그래서 그 모두가 떠나간 거겠지.
그래서 혼자 이러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이 내게 하나의 답을 내려줬지. 자유만이 답이다. 그래,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나가 비로소 자유로워 지자!
유독 비바람이 거센 날이었어. 천둥 번개가 치고, 폭풍우까지 불었지.
나는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저택을 나섰어. 나를 가로 막는 자들을 전부 치워 버리고, 그렇게 당당히 집안을 나왔어.
“아이트라 폰 인텐티오! 지금 뭐 하는 거니? 더 이상 가면 제적이다! 제적이야!”
나를 제일 처음 발견한 어머니의 비명과도 같은 말이 들렸어.
그 뒤를 이어 아버지와 동생도 한마디 하려고 했던 거 같아. 근데 내가 막았지. 더 이상 그 목소리들을 듣기 싫었거든. 환청처럼 지긋지긋하게 내려져 오는 그 목소리가, 어쩐지 당신들의 목소리와 겹쳤던 거 같아.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 졌어. 그래서 밝게 웃으며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지.
“안녕, 세계. 안녕, 인텐티오. 이제는 작별할 시간이에요. 당신들도 알지 않나요? 내가 이 집안을 나섰을 때 우리의 연은 이미 끊어져 버린 거에요. 그리고 이 집안엔, 나를 잡을 수 있는 이는 이 하나 없죠. 물론 잡을 수 있다 해도 그런 자격이 없어 순순히 잡혀주진 않았겠지만…”
비바람을 타고 내 혼잣말이 독백처럼 이어졌어. 적막한 그 거리에서, 아니 저택에서. 나는 알았던 거야.
그들의 그 모든 게 나를 통해 경직되고 있음을 느꼈던 거야.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지.
당신들은 내가 인텐티오 가문의 광기를 대신 잠재우고 있음을 알고 있었구나. 내가 그 저주를 억제해줄 수 있는 키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 대했었구나.
분노가 내 몸을 집어 삼켰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만 싶었지.
울었나? 울지 않았나?
자세한 건 잘 기억나지 않아.
그 모든 걸 때려부쉈지. 마지막 남은 내 순수의 잔재들로 저택에 샘을 만들어 났어.
그 이후 나는 저택에 돌아가지 않았어. 비로소 진정한 작별이었지.
아마 그들이 끝내 그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니 적어도 그를 감추려는 노력이라도 했었으면.
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몰라. 내 미련은 항상 내 후회를 만들었으니까. 그러한 기색이 보였다면 나는 또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안주하는 선택지를 골랐었겠지.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그 모든 것에 이별이자 작별을 하고 왔으니.
그들은 내 흔적에 감사해 할 거야. 그러면서 나를 찾겠지. 내 능력의 잔재에 하루하루 매달릴 수 밖에 없을 거야. 스스로 미쳐가는 정신을 느끼며 그렇게 자멸하겠지.
그래, 인텐티오 가는 전부 미친 게 맞아. 내 능력으로도 결국 억제하지 못했지.
나는 마지막으로 어설픈 복수와 함께 저택을 떠났어.
그곳의 사람들이 내 능력을 위해서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지.
하지만 이미 이야기는 끝났고, 이젠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
더 이상의 작별도, 이별도 없어. 그냥 나는 아이트라 위스로서 내 소망을 노래할 거야.
그래, 희망은 틀리지 않았어. 인간의 선의와 운명은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지.
어둠이 잔뜩 드리운 이 시대의 절망을, 나는 전부 깨끗히 없애 버리고 말 거야. 그러다 보면 이 세상은 언젠가 투명해지고 말겠지. 나로 인해 부분적으로 나마 깨끗해져, 그래도 누군가는 새로히 살아갈 희망을 되찾게 될 거야.
나는 그렇게 살아가기로 결심했어.
아직 이 세상은 너에게도 살만하다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그 시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를 따라 걸어가기로 결심했지.
온 세상이 나를 축복할 거라 믿어. 저택을 떠나가는 날에도 그렇게 비바람이 나를 축복해줬는 걸?
그들이 나를 위해 노래했던 순간을 기억해. 그 날의 내가 틀리지 않았다 증명되던 때를 기억해.
위선이니 대리 만족이니 뭐 어때? 그때의 나에겐 그러한 거짓 구원 하나 해주는 이 없었으니.
나는 아직도 인간의 선의와 운명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개척하고자 해. 그런 나를 누구 하나쯤은 응원해줄 거라 믿어.
온통 이 거짓으로 점철된 시선 속에 나 홀로 있었으니, 결국 그 거짓들을 제일 깨끗히 정화할 수 있는 것도 나이겠지.
그래.
나는 오늘부터 구원의 길을 걸으려고 해.
"안녕, 세계.”
그 말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다들 세계를 살아가는 기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야.
똑똑히 봐. 내가 거짓된 세상은 없다 증명해 보일 테니.
프로필
본명 | 아이트라 위스 | 코드명 | HYALINE |
연령 | 22세 | 국적 | 오스트리아 (다른 국적을 알아보고 있다) |
신장 | 178cm | 소속 | 없다. (아직은 집안과의 문제로 홀로 지내고 있다) |
체중 | 65kg | 직업 | 용병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 활동 중) |
관찰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고, 좋게 말하면 정이 많다. 과거의 그는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모두에게 좋게 보이려던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홀로서기를 택해서 인지, 이전과 많이 달라진 듯 하다. 현재의 그는 모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 보인다. 정확히는 상대가 항상 저에게 해를 입힐 것 마냥 경계하고 또 의심하며 불안해 한다. 과거의 그가 그리 변화하게 된 계기엔 상당히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을 것이다. 사람을 원체 좋아하던 사람이 그렇게 변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끊임 없이 스스로를 검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그의 망설임을 보면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티가 난다. 그는 아직도 과거의 제 모습을 버리지 못했으며, 현재까지에도 그 모습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러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티가 난다.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그때의 선택을 결정할 정도로 친한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친한 이 하나 없는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좋은 환경을 통해 자라났다면 어떻게 변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 되었겠지만, 좋지 못한 변화를 겪은 듯한 현재에는 또다른 좋은 환경을 통해 그동안의 일들을 극복하고 좋게 변하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능력
점성 물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주로 끈적이는 점성 물질을 만들어 내 사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능력을 다루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어서 일까.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능력의 장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오히려 별 생각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게만 쓰고 있다. 다양한 점성 물질을 다루려고는 노력하지만 마냥 쉽지 않은 듯. 그 중 몇 가지를 골라 주로 이용하는 듯 보인다.
누군가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돕는 등. 본인이 직접 전투에 나서 행동하기 보단 다른 이들을 도와 행동하는 것에 최적화 된 방식으로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중간중간 나름의 공격성 있는 능력 사용 방식을 보면 공격 능력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듯. 하지만 직접적인 공격을 웬만해선 꺼려하는 성향인 듯, 그 공격 방식을 고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동안 유례가 없던 특이한 능력이기도 하고, 점성 물질을 만들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 특성상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니 그가 또다른 점성 물질들도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한계라고는 존재치 않는 능력을 통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겠지만... 현재의 그는 자신의 능력을 굳이 발전 시키는 것보다는 처음으로 얻은 자유를 누리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떤 결과에 도달하게 될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 능력이 알 수 없는 생명체까지 만들어내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 능력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될 것이다.
성격
좋게 말하면 정이 많다.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다. 그 예를 들듯, 이도저도 아닌 정에 치우져 애매한 감정 상태를 드러냈던 사람.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그때의 선택을 결정할 정도로 친한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고 한다. 현재는 그러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 듯 이전과 달라졌단 소리를 많이 듣지만, 그래도 사람의 원래 천성은 감출 수 없기에 조금 티가 나는 모양이다. 그런 과거의 제 모습을 전부 다 버리려 하는 만큼 스스로조차 끊임 없이 의심하고 경계하며 검열하는 듯하다. 자신 외의 타인에게 보이는 경계심이 더 높다 하니 타인을 향한 불안과 의심은 그보다 더할 것이다. 현재는 친한 이 하나 없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고.
좋은 환경을 통해 자라났다면 어떻게 변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 되었겠지만, 좋지 못한 변화를 겪은 현재에는 별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듯 싶다. 앞으로 또 다른 환경을 통해 그동안의 일들을 극복하여 좋게 변화하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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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XXXX 희망 (인텐티오 가의 전 가정교사, 마리아나 비올레타)
비올레타의 여성 가주로 이름 높은 저를 잠시 고용하기로 한 인텐티오가 제게 요구한 것은 장녀에게는 신부 수업을, 후계자가 될 남동생에게는 후계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성별에 따라 교육에 차별을 두라고 요구했던 귀족 가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가주가 된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게 된 터라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죠. 인텐티오가 미리 주었던 대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저를 모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돌아갔을 것이지만, 가주의 시간에 맞춰 계산된 대가가 하필 제가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부분의 귀족 가문이 그렇듯, 후계자의 자리를 갖기 힘든 여아는 가진 재능이 크더라도 후계자가 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교육을 제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모든 것을 빼앗긴 아이가 스스로의 재능을 억누르면서도 희생 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그런 누이의 모든 것을 빼앗었으면서도 누이의 재능마저 탐내다 못해 그런 누이에게 열등감마저 가진 욕심 많은 남동생이 우스워. 그 아이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었죠. 인텐티오를 버리고 비올레타로 온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게 해주겠다고요. 저는 아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보이는 배움에 대한 갈망과 그를 뛰어넘는 천재적인 면모들만을 보았을 땐, 아이는 타고난 리더이자 가주였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아이는 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로 스스로 감옥에 유페되기를 청한 채, 끔찍한 시간들을 견뎌내보겠다고 제게 웃어보였습니다. 제 설득은 아이에게 통하지 않았기에 최대한 아이와 함께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였으나, 정해진 기간이 다가올 때까지 설득 당해주지 않는 아이에 저는 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의 재능이 너무나도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아이에 대한 소식을 찾아 보니,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군요. 저는 인텐티오가 변화했기를 바라며, 이제는 아이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들려온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는요.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아이가 제게 말한 말들이, 그 아이가 말하던 세상과 희망이…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다 그때의 저에게도 무척 슬프게 들렸었는데.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미안해 한 아이였는데, 아직도 다정하고 상냥하게 웃던 그 모습들이 제 뇌리에 선명한데. 대체 세상은 그 아이에게 얼마나 가혹했던 것일까요? 전 그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할 때까지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그 때 억지라도 그 아이를 데리고 돌아올 걸 하고, 그 과거의 기억들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 남아… 저는 그를 짐작하면서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 아이가 겪은 절망과 슬픔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아이의 행복을 기도하는 일밖에 없겠죠. 이렇게 평생의 후회로 남을 줄 알았다면, 하나의 미련으로 존재할 줄 알았다면 그때 조금 더 노력할 것을...
XXXXXXXX 구인 (더 썬에 쓰인 공고)
오스트리아 외곽. 별장에서 근무할 인원 모집. 아이 돌보기로 일정 조율 가능. 추가 업무 있음. 숙식 전부 지원. 초과 근무 시 수당 지금. 지원금, 장려금 등 복지 혜택 다수. 단, 비밀 엄수할 것. XXXX-XXXX. 연락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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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텐티오 가문의 사람들은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어느 귀족가와 똑같이 아이트라의 쓸모를 결정할 것이다. 스스로가 원하지 않더라도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 이라니, 누군가 그를 도와주지 않는 이상 그는 결국 그 미래를 향해 내던져질 것이다. 유일하게 그가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썬 능력자의 자신을 어필하여 전장에 참여하는 것이라니. 어느쪽인 미래라도 그가 스스로 원하는 자유는 없을 것이다. 그의 능력은 무궁무진하여 연합으로 온다면 다양한 전술을 이륙해낼 수 있겠지만, 그를 도우려면 인텐티오 가문과 척지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니.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지만, 받더라도 스스로가 벗어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힘들 것이다.
아이트라가 가진 능력은 보기 드물고,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구사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가 능력을 쓰는 방식을 보자면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수비적이고 방해적인 방식에 가깝다. 그것만 보자면 그 스스로도 스스로가 가진 발전 가능성을 알고 있으나, 두렵기에 억누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니면 오히려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을 바라보고 있을 확률도 높다. 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지 않는 이상, 그의 능력 상태는 지금과 같지 않을까? 그렇다면 괜히 인텐티오 가문과 척지면서 그를 영업하려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능력자는 그보다 더 능력 사용이 범위적인 사람이니.
성격
대귀족 인텐티오 가문의 장녀. 후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귀족 가 여아의 결말은 늘 혼인동맹이었고, 그 역시도 인텐티오의 장녀로써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분명 그가 인텐티오의 장녀가 아닌 평민이었다면 현재에 만족하며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그는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 의도는 단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투명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자유를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린 현재, 그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 뿐이다. 자신의 곁에 있어줄 친구를 더 이상 소망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유만을 쫓아가고 있다. 이중적이었던 삶을 살았던 그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대로라면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기도 전에 불을 쫓던 불나방과도 같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은 자유를 쫓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갈망했던 순간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관계
그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다. 타고난 것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기를 강요 당해서 그런지 편견과 선입견이 생겨도 묻어두는 것 같다.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순간이 협소하기에 그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올 때마다 어떻게 해서든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편이었고,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원하는 대로 그를 좋게 보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기에는 애매한 위치에 속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집안끼리의 교류가 있던 이글 홀든 외에는 진실된 친구 하나 없었다고 하던데. 하지만 그 하나 뿐인 친구와도 다툰 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일까? 가문 몰래 여행에 다녀온 그는 가문을 나와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가문에서 그를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그 스스로 인텐티오 가에 돌아갈 일은 요원해 보인다.
2020 기준 아이트라 관련으로 작성한 이클립스와 프로필의 백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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