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Dream/<사이퍼즈> 글트히세트 | 아이트라 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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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는 해당 캐릭터의 모든 언행 및 사고방식에 대해 옹호하지 않으며, 실존 역사 인물의 행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Vol. XX 점성 능력자

투명의 아이트라

더 이상의 거짓말은 필요 없어요. 그래도 나는, 내가 될 테니까.


 

거짓말

정보제공자, 아이트라 위스 (전직 용병, 점성능력자)

 


 

그 날, 나는 갈 곳을 잃었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지. 결국 내 모든 선택이 틀린 것만 같았어. 환청인가? 아니, 환각인가? 싶은 관경들이 내 시야를 넘나들었지.

왜 그들은 나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 나는 결국 그들을 처리했어야 했었나? 마치 비인간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분이었어. 나는 하나만 남은 선택지를 가지고 끝없이 고민했지.

본디 인간은 욕망하기 때문에 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해.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진실이 아니길 바랬던 거 같아. …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돌아가야만 했지.

난, 그 날 그토록 바라였던 걸 또 다시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어. 그토록 고민하던 것을 관두고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절망했지.

 

더 이상 아무런 잘못도 없이 쫓기기도 싫었어. 타인을 의심한 채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파악하려 대는 짓거리도 슬슬 질리기 마련이었지.

그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난 얼마나 많은 기회들을 잃었던 걸까? 그래서 그랬나 봐. 난 그 날, 처음으로 방심했지.

우습게도 큰 부상을 입고 생각나는 얼굴이 그 녀석 뿐이라서, 나는…

 

‘웃기지마! 결국 그 녀석도 나를, … 나를….’

 

아무 목적 없는 용병이 되기는 싫었어. 무언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인생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태어난 이상 무언가 해봐야 할 거 아냐? 그래서 그랬어. 나는, 그 전에도, 이후에도. 내가 가진 무언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바칠 수 있을 거라고.

 

… 그렇게 감히 생각해버린 탓일까? 늘 인간의 오만은 파멸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

그들이 그토록 멸시하던 나의 능력을 갈구하며 벌인 일들 중 하나는 내 예상 밖이었고… 난 그나마 동료는 못 되어도 임시 파트너라고 생각한 녀석들에게 뒤통수를 맞았지.

그래, 내가 멍청했던 거야. 함부러 사람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아마 길드에서 시킨 일은 아니었겠지. 단독으로 벌인 일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이리 허술하고 또 품위 따윈 하나도 없어서.

 

있지, 말야. 사람은 진정으로 도망치기 위해서 선택한 삶을 다시 한번 마주보게 되면 무언가 다른 인상을 갖게 돼. 그게 뭔지 알아?

숨을 쉬는데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 온통 젖어 내 능력과도 같이 서서히 멎어가는 꼴이 언젠가 나 또한 액체가 되어 산화되는 걸까 같은 중력감을 느끼게 해. 나는 그러한 감각을 겪어본 적이 없었어. 그래도 악으로 깡으로 도망쳐야만 했지. 그곳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충동

그래, 그 이야기는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가 점성 능력자가 아닌 기이한 액체 능력자로 소문나 있었을 때? 아니면 집안에 파묻혀 이도저도 오가지도 못하는 삶을 살다 그를 만나 구원 받았다 생각 되었던 때? 아니면, 또 아니면… 그래,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감히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님이라며 모든 타성에 젖어 도피하고자 했을 때?

… 아니지, 아니야. 전부 거짓말인 걸. 애초에 시작부터 틀렸어. 그러니까 이 꼴이 난 거겠지. 내 모든 건 처음부터 엉망이었어. 분명해. 그러니까 내 인생도 그랬던 걸 거야.

 

그래도 그때의 나에겐 작고 사소한 행복들이 가득했지.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건네며 또 다른 세상 이야기를 건넬 때, 그토록 경험해보지 못하여 간절하였던 것이 그 아이를 통해 시작될 수 있었을 때. 그래, 구원이었어. 구원이었던 거야. 어리석게도 그 구원은 영원할 리 없는데. 멍청한 아이트라 폰 인텐티오는 영원한 약속과 구원 따위의 낭만적인 말들을 믿었던 거지.

 

그래서야. 내가 다시 만난 그에게 유독 매정하였던 것도, 나에게 새롭게 접근하는 그 남자에게 싸늘히 경멸지었던 것도.

전부 거짓말이었는 걸? 난 정말 혼자였단 말이야. 내가 필요할 땐 손을 떨구고 돌아서던 이들이 내가 스스로 자립하겠다 결심하니까 다시 돌아오는 게… 좀 같잖았어.

알잖아? 난, 난 말이야… 그러니까.

 

… 그래.

언제나 내가 살아있다고! 난 이곳에 멀쩡히 살아 숨을 내쉬고 있다고!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투쟁하는데, 그들은 매번 날 흔들고 또 복장을 뒤집어 두며 멀쩡한 얼굴이었지.

퍽이나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였어. 잔뜩 초조한 나와는 달리 말이야. 

 

… 전부 거짓말이었어. 전부 거짓말이었잖아!

이제야 겨우 극복했는데. 나 혼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 선을, 자꾸, 그렇게, 넘나들면. … 내가 이상했던 걸까? 그래서 그렇게 군 게, 많이 나쁘고 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었을까?

… 그냥, 그 모든 게 이상했어. 그래서… 그 모든 것에서 사라지고 싶었지. 단명하고 싶었어. 하지만 또 잘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으니까.... 아아, 이제 내 판단마저도 믿을 수가 없네. 정말 엉망이었어. 모든 게 일그러지고 있었지. 그 녀석들 때문이었어. 멀쩡히 잘 살던 사람 속을 뒤집어 두는 그 두 녀석 말이야.

 

… 그래서 그 녀석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

그곳에서 도망치기 위해 내가 선택한 삶이였다지만, 갈 수록 내게 들어오는 의뢰들은 내 선을 넘은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그러한 의뢰를 절대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지. 점차 내 신념은 현실을 맞이하기 시작했어. 근데 또 그들이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또…!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했어. 우연히 괜찮다 생각한 의뢰를 충동적으로 받아들였지. 난 너희따위 없어도 알아서 잘 산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 전부 엉망이었지. 그 의뢰가 나를 노린 의뢰였으니까 말이야.

 

미완성적 존재

웃긴 거 하나 말해줄까?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래. …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유일하지도, 무일하지도 않은 채, 과거의 상념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결국 뒤로 돌아서진 않는 인간은… 과연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 사실 알고 있었지. 난 완벽하지 못했어. 그래서 더욱… 실패적인 게 많았지.

… 하지만 그를 인정하고 싶진 않았어. 알잖아. 보통… 그런 삶들을 겪어오면 하나 정돈 이상한 고집이 생기기 마련이야. 아주 사소하고, 또 평범한 나의 작은 골칫거리…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말하기엔 영 아니었지.

그래도 괜찮았어. 나는 결심했었거든. 이 삶이 어떻든 내 인생을 원망하진 않겠다고. 즐길 거 다 즐기고 갈 땐 한번에 가기로 말이야. 너무 이상한 다짐이었던 걸까?

 

… 그 녀석은 매번 그런 나를 이해치 못했지.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사건건 말이야, 방해나 하고…

그래서, 그 녀석이랑 대비되던 사람한테 내가 푹 빠졌던 거겠지. 혼자만의 환상에 빠져 새로운 구원을 바라던 과거의 내 모습이란. … 으, 끔찍해.

… 아무튼.

그래서 나는 그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 모두를 죽일 수 없었어. 빌어먹을 불살주의는 아니었고, 그냥… 사소한 이유였지.

내가 누군갈 직접적으로 죽였다는 걸 직접 보기 싫었거든. … 그건 너무 야만적이었으니까.

아무튼 그 고집 때문에 나는 계속 불리해져가고 있었지. 원래 전장에선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 불리하기 마련이었거든.

 

그렇게 나는 점차 지쳐 갔어.

전황은 계속 불리해지는데, 차마 확인 사살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계책 따위나 강구했지.

나는, 차마 그들을 죽일 수가 없었어. 내가 그들을 처리하는 이상, 내 인간성은 무너질 터였으니까.

그렇게 되면 내가 그곳을 나온 이유도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 그렇게 내가 세운 계획들도, 목표들도, 그 때문에 전부 흐려질 것이 자명했지.

나는 나에게 남은 마지막 인간성을 위하여 차라리 죽기로 결심했지. 그곳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있잖아. 그 용병들이 정작 나에게 큰 부상을 입히자 우왕좌왕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들을 비웃었어.

“하, 바보 같이. 인텐티오에게 한 소리 들을 게 걱정 되면 애초에 나랑 싸우지 말았어야지. 너희 정도 되는 애들이 날 손끝 하나 안 다치게 데리고 갈 수 있을 리 없잖아? 어떡해? 이득보다 손해를 더 보겠네. 아예 인텐티오 전용 살생부에 기록 되는 거 아니야? 아, 너흰 모르지? 내가 왜 이러고 자빠져 있는지도 모르니까.”

그들은 당황하다가, 이내 증거를 인멸하겠다는 생각이라도 했던 건지 이전과는 달리 날 공격하려 하였지. 근데 난 걔들이 가상하게도 날 생포하려고 하는데 실수로 죽이면 안 되니까… 하고 적당히 상대하던 거였거든.

날 죽이려던 자에겐 자비 따윈 필요 없었지. 알잖아. 그건 정당 방위야.

 

그래서 그 용병들과의 마지막 전투 속, 나는 무사히 그들을 피해 도망칠 수 있었어.

뭐, 전부 죽여 꼬리를 없앨 수도 있었겠지만… 살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냥 다친 몸을 이끌고 최대한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지. 갈 곳 하나 없어진 몸뚱아리라는 게 조금 우스웠지만, 그래도 내가 거래를 튼다면 나를 보호해줄 이들은 널리고 널렸지. 내가 갖고 있는 정보와 능력은 무시할 게 못 되었으니까.

… 그래, 조금의 자신감도 있었어. 

 

차가운 바람이 내 귓가를 스치고, 뜨거운 태양이 나를 내리쬤어. 점차 흐려지는 내 시야는 내 상태를 내게 알려주기에 충분했지.

이대로 사라지고만 싶었어. 아니, 어떻게든 거래를 해야 했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대로, 아무 곳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 온통 정신 없어진 거리에서, 나는 내게 남아있는 패의 갯수를 헤어렸어. 그동안의 은신처가 인텐티오 가에 너무 많이 알려져 버린 탓에 안전한 아지트가 남아있지 않아서 나 혼자 결정하기엔… 또 애매했지.

 

뜨거워진 내 심장이 따뜻한 피를 흘러보내도, 나는 아직 내가 괜찮다 여길 수 있는 상태였어.

큰 부상을 입었긴 하지만 움직임엔 아무런 지장도 없었거든. 애초에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

근데 그 때 그 녀석이 나타났지. 사실 그 녀석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나는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거래를 터 살아남았을 거야. 그 때 그 녀석의 오지랖이 내게 도움이 된 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녀석이 내민 손을 붙잡기 싫었거든.

그래서 나는 그때에도…

 

제멋대로인 녀석

그래, 떠올려보자면 언제나 그 녀석은 제멋대로였어. 과거엔 내가 맞춰주었을 뿐. 결코 따라잡지 못하는… 그런 존재였지.

한 마리의 나비 같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하나의 꿈처럼 사라질 존재라고 여겨 더 집착했지.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날,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난 널 떠나지 않아.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마치 나의 속내를 전부 꿰뚫어 본 듯한 어투였어.

그 녀석은 알았던 거야. 내가 진실로 그를 구원자라 생각하여 동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때 깨달았지.

혼자만의 감정은 흐르지 못하니 나 역시도 저 아이와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누고 싶다면 일정량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 녀석은 내 선을 제멋대로 넘나들고 사라졌어.

나는 그에 조금 미묘한 감정을 가지면서도 결코 그 녀석을 미워하진 못하는 날들이 지속됐지.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석이 말하길.

“있잖아, 너 말이야. 답답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는 거 말이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난 그 이후의 말들에 굉장히 화를 냈거든. 그런 나에게 그 녀석도 같이 화를 내고… 우린 무척이나 싸웠어.

 

그리고 그 녀석은 그대로 떠나버렸지.

돌이켜 보면 항상 그 녀석은 내게 갑작스러웠어. 하지만 누군갈 탓하기엔 딱히 누구 잘못이라고 할게 없었어. 그냥 사소한 걸로 싸우다 다툰 후 화해치 못한 거니까.

그래서 그 녀석이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땐, 조금 반갑기도 했어.  하지만 내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녀석은 그때처럼 나에게 답지 않은 충고를 던졌고, 그것이 내 성질을 건드렸어.

 

난 그때 깨달았어. 우리는 화해할 수 없겠다 제멋대로 생각했지.

그 이후부터 그 녀석은 나를 쫓고, 나는 그 녀석을 쫓아내며, 엉망진창의 관계로 재건축했지.

그 녀석도 나를 줄기차게 찾아다녔어. 나는 무력으로라도 그 녀석을 쫓아내고 말이야.

… 그렇게 매번, 한쪽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엉망으로 싸웠어. 마치 원수인 것처럼 굴었어, 난.

사실 전부 알고 있었지. 그 녀석은 단지… … 내게… 그 녀석 답지 않은 진심을 전달하려다 실수를 한 거였어.

하지만, 난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말이야. 그때도 마찬 가지였어. 늘 그렇듯 내가 그 녀석을 쫓아내고, 그 녀석이 줄기차게 나를 따라붙는… 그래, 내가 이전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야.

 

사실 중간 부분은 기억이 안 나.

그래, 그래도 내 능력을 통해 어느 정도 지혈하면 평소와 같이 도망칠 수 있을 거라 간과하고 있었지.

… 그 녀석이 답지 않게 그 날 따라 끈질기게 붙지만 않았어도 내 계획대로 되었을 거야.

… 그 녀석은 항상 내게 물렀으니까. … 아마도 그 부상을 들키지만 않았어도 무사히 작별했겠지.

 

하지만 하필 그 때 내 상처는 터졌고, 그 녀석은 그런 내게 분개하며 냅다 날 공격했지.

처음이었어. 그 녀석이 반격한 것은. …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뭔 죄책감이라도 있는 건지 그러고 있는 그 녀석이 내게 무른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 

그래도 웃기잖아? 자기 손으로 전부 일그러트린 관계를 이제서야 돌려놓고 싶다고 하다니. 원상복귀 따윈 불가능한 게 분명한데.

 

… 아무튼. 하필 그때 내 상처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 녀석이 날 걱정할 때 내가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코웃음치지만 않았다면… 그 녀석은 계속 내게 져주었을까? 

그래, 그래도 언젠간 인내심 바닥난 그 녀석이 이전과는 태도를 달리한 채 이전처럼 제멋대로 굴었겠지. 하지만 내가 그래서 그런지 불행히도 그 날이 그 때가 되었던 거야. 

… 난 그 때 기절했어. 범인은 그 녀석이었지. 내가 이러고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을 피해다닐 걸 안 걸까? 아니, 그냥 그 방법이 최선이라서 어떻게든 그렇게 한 거겠지.

 

난 기절한 사이 지하연합으로 흘러들어갔어.

난 내 의사도 없이 갑자기 지하연합에 침입한 불청객이 되었지.

썩 유쾌한 관경은 아니었어. 기절하자 마자 일어난 곳이 낯선 이들로 가득한 그 풍경은 말이야. 무척이나 불쾌했거든.

 

연합

… 그래, 솔직히 그렇게 일어나서 처음 든 생각은 어이없음이었어.

분노도 상황이 맞아야 그렇게 생기는 거지. 납치되어 끌려갔는데 정신 차리니 모르는 사람 가득에, 난 원치도 않는 이곳에서의 내 처우를 정하겠다며 난리고, 이글 녀석은 온갖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가 뭐 어쩧다니 하고 내 핑계를 대고.

솔직히 짜증났지. 그냥 다… 허탈했어.

내가 어떻게 그 녀석을 피해 다녔는데, 하필 타이밍이 그래서.

… 그래, 현실 도피 하려고 이전의 우연 같은 순간들을 부정했지. 지금 내 상황을 이해치 않으려고 노력하느라 바빴어.

 

근데 일어난 내 눈앞에 모르는 사람이 한가득이고, 그들은 나를 보며 물었지. 앞으로 어떡할 거냐고.

그래서 난 반문했어.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날 원래대로 되돌려놔! 그 어이없는 관경에 결국 열 받은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이 모든 사건의 주동자를 삿대질 했어.

그 모습을 본 거기 사람들은 전부 숙연해졌어. 갑자기 내가 부상을 회복하기 전까진 뭐 이곳에 머무는 것을 허락해주겠다느니, 그 대신 연합의 규칙은 지켜야 한다느니… 솰라솰라. … 그래. 개판이었어.

 

그냥 그 모든 걸 이해하기 포기한 난 이곳에서 나가 알아서 잘 있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지.

그런 날 이글이 또 다시 붙잡아 막겠다면서 다치게 하고… 그를 주변 사람들이 보며 경악하여 뒷수습을 하고 그 뒷수습의 일정으로 난 또 이곳저곳을 오갈 수 없게 그곳에 매인 상태가 되고…

… 그래. 한편의 코미디였어. 좀 우스웠지.

… 그래서 그냥…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땐 다시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자는 척 했어. 그 모든 풍경이 익숙한 어느 날의 봄날과도 같아서… 오랜만에 긴 꿈을 꾸기도 했지. 그래도 일어난 나는 내 본래의 계획을 이행하겠다며 그곳을 탈주하려고 했고, 그를 이글이 막으며…

한바탕의 소동이 계속 벌어졌지.

 

그 때 알았어. 지하연합에 소속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말야. … 그 사람들이 하나 같이 날 쳐다봤거든.

아마 자기네 망나니랑 대판 소란을 벌이니까 신기했나 봐. 좀 쫄리긴 했지. 이전까진 그 녀석을 데리고 있는 소속이니까, 별 생각 안 하려 노력했거든. 근데 이렇게 보니까 좀… 무서운 거야. 사람이 많은 게, 새삼… 좀 그래서.

… 그래도 난 당황하지 않은 척 쓸데 없는 도움 따위 필요 없다며 돌아가겠다 말했지.

그러자 그 녀석이 대뜸 화부터 내더라고.

“너 진짜, 뭐가 문젠데?”

 

그에 화난 난 숨도 고르지 않은 채 신경질적으로 말했지.

“이미 끝난 우정을 가지고 날 들들 볶는 너랑, 하필 그때 거지같은 몸 상태였던 나, 그리고 그게 미칠 거 같은 조합을 자랑해 지금 이러고 있게 된 것. 또 지금의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낯선 곳에서 눈을 떠 나가지도 못한 채, 난 필요에도 없는 과보호적인 감금 생활을 하며…. 그래. 너야말로 뭐가 문제야? 화내야 할 건 나 아니야?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더 이상 짜증나게 굴지 말라고!”

그런데 그 녀석 반응이 이상하더라고. 진심으로 상처 받은 것 마냥, 멈칫해서 날 지그시 보는 것이… 좀 찝찝했지. 아니, 기분이 더러웠다니까? 자기 멋대로 굴 땐 괜찮아 하더니 내가 몇 마디 했다고 그렇게…!

그렇게 잠시 동안 정적이 이어졌어. … 모르는 사람들이 그 녀석과 내 사이를 개선하겠답시고 갑자기 깨어들지 않았으면 그렇게 계속 있었을 거 같아.

 

사실 기분이 좀 이상했어.

멋대로 사라진 녀석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날 진심으로 생각하던 것 마냥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아니, 이상하지 않아? 진심으로 날…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잖아. 그니까, 그 반응이… …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동안, 우리 다툼을 말리겠다며 술 한 잔 하자고 끼어든 사람들 사이에서 얼떨결에 술 한 잔을 받아마셨지. 그리고 내가 뭘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기억이 끊겼어.

그래, 내가 받은 그 한 잔은 온갖 게 다 들은 폭탄주였던 거야. 그때 우리가 싸우는 걸 보고 술이라도 마셔서 재우자는 생각을 했었나 보지.

 

… 그래도 일어난 이후엔 놀랍게도… 더 이상 그 녀석과 싸울 마음이 들지 않았어.

정확히는 그 녀석과 다투려고 할 때마다 더 사고를 치는 그 녀석 주변 사람들에 신경이 팔려 그러지 못한 것에 가까웠지. … 그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나도 답지 않게 우호적으로 굴었고. 

… 낯선 이들에게서 걱정 받은 건 오랜만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더 그렇게 군 거겠지. 손 쉽게 탈출할 수 있었는데 미적거렸거든.

 

….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게 되었어.

진짜, 얼떨결에 말이야.


프로필

본명 아이트라 위스 코드명 HYALINE 
연령 23세 국적 오스트리아
신장 178cm 소속 지하연합
체중 67kg 직업 개인 용병 (현재는 지하연합의 스카우터들을 통해 의뢰를 받고 있다)

 

관찰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었고, 좋게 말하면 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에겐 하나의 과거. 지금의 그는 모두와 친해지기 보단, 그 모두가 자신을 어찌 상처 입힐까 두려워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연합에 소속된 이후에도 마냥 마음을 열기보단 적당히 경계하고 적당히 수그리며 무난히 문제 없이 지내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그래도 종종 옛 성격을 완전히 버리진 못하는지. 원래 알고 지냈던 홀든 가의 막내 이글과 새로히 연합에 들어온 전직 마피아 히카르도 사이에선 나름 긴장을 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두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역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합에 익숙해질 거라 하던데. … 하지만 아이트라 위스가 제일 두려워 하는 것으로 어떠한 것에 정에 드는 것을 손꼽으며, 앞으론 이전처럼 어떤 것에도 정을 주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던 바가 있기에 과연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과연 그는 정말 그 불안과 걱정을 탈피해 훌훌 날아갈 수 있는 존재로 탈피할 수 있을까?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나 티내지는 않는다. 자신이 보이는 감정 하나하나가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에, 웬만해선 친분 관계 자체를 쌓으려 하지 않으며 매사 관계 속에서도 소극적으로 군다. 그나마 모종의 친분이 있어 보이는 연합의 그들 한정으로 나름 부드러워 지는 모습을 보인다고는 했지만, 그 둘이 더 그에게 약한 바 별 다른 설득 포인트가 되기엔 애매한 듯 싶다. 그래도 연합에 소속된 이후, 차차 변화하기 시작하여, 이전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계속 연합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다보면 그의 불안 역시도 해결되지 않을까?

 

능력

 점성 물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주로 끈적이는 점성 물질을 만들어 내 사용하고 있다.  능력 자체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범위가 넓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여러 점성 물질을 다루어본 것은 적은 탓인지. 몇몇개의 점성 물질만을 집중적으로 다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직접적인 공격 자체를 꺼리는 탓인지, 타인에게 의존하는 전투 방식 자체를 뜯어고칠 수는 없겠으나… 그나마 연합의 이글 홀든과 사소하게 다퉈가며 나름의 공격 방식을 찾은 것인지, 이전과는 달리 타인에게게 확실한 해는 끼칠 수 있게 된 듯 싶다. 

 연합에 소속된 이후부터 종종 연합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연구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스스로의 한 몸을 잘 건사할 수 있을 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용병 일을 거의 그만두고 연합 쪽의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따로 그쪽에 취직을 하여 직장 개념으로써 돕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는 받고 있다고 하는 듯.

성격

 타인을 향한 경계심이 깊다. 아무래도 그가 지난 날 겪은 일들 탓인지 함부로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벽을 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무른 성향은 여전한지, 주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선 본래의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아직 친하지 않은 대상이나, 아직 경계하고 있는 대상 앞에서는 조금 사납고 냉정한 모습 등을 보인다. 다만, 이는 그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이라 그런지. 그 스스로가 자신에게 무해하다 판단한 대상 한정으로는 적용되지 않은 듯 싶다.

 

관련 사건 파일

XXXXXXXX 인텐티오 저택 방화 사건에 대한 보고서

(전략)

07:00 AM, 신원 미상의 용병 몇과 아이트라 위스가 저택에 귀가한 사실 확인

07:30 AM, 갑작스럽게 일어난 기후 변화로 인해 인텐티오 저택에서 들리는 큰 소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였음

09:00 AM, 안개가 걷히고 다시 인텐티오 저택을 확인해보니 저택이 반파한 상태

(중략)

11:00 AM, 저택 반파의 범인은 아이트라 위스라는 곳을 확인

12:30 AM, 갑작스럽게 일어난 화재로 저택 자체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짐

01:00 PM, 인텐티오 가에서 해당 사실에 대한 사실을 비밀에 부치길 바람

(후략)

07:00 PM, 해당 사건이 일어난 곳이 인텐티오 가의 사유지인 까닭으로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기로 결정

 

XXXXXXXX 아이트라 위스 님께 (AM 용병 사무소)

일정 시간 동안 귀하가 정해진 개수의 일을 종료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지난 날 발급한 귀하의 개인 용병 허가서가 효력이 다하게 되었음을 고지합니다. 만일 이 허가서를 재발급 받고 싶은 경우, 해당 사무소로 다시 방문하여 정해진 절차를 완수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 문서

스스로의 능력을 연료 삼아 불타던 존재는 오늘날이 되서야 사라졌다. 그는 연합에 소속된 두 사내로 인해 안정적으로 그의 능력을 발휘해보일 것이다. 그에게도 인텐티오 가문의 사람들 다운 면모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를 받아들여 더 나은 연합을 만들기로 결정하였고, 밀어내는 척하는 그의 본성도 어느 정도 파악하여 어떻게 하면 그가 더 그의 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인텐티오 가문의 사람들은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대외적으로 보이던 그의 모습들은 그의 전부가 아니었고, 이젠 그 스스로가 자신은 인텐티오가 아니라 증명하기에 굳이 그 가문과 엮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때가 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발전을 위해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것이 연합엔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아이트라가 가진 능력은 보기 드물고, 특이하다. 이전까지는 구사하는 방식을 몰라 막무가내로 사용하였다면, 연합에 들어간 지금은 꽤나 발전하여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사할 수 있게 된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활용하게 된 그의 능력을 보면 그의 능력은 수비적이고도 또 위협적이며, 또 방어적이면서도 파괴적이다. 스스로의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전장에서 끝없이 성장하는 괴물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영업 제의라도 한 번 해볼 것을… 하지만 그가 아직도 전장에서 생사결을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가 가진 발전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확인하고 있음에도, 하나의 파편이 두렵다고 억누르고 있다니. … 결국 그는 이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관계

과거의 일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어서 인지, 모두에게 적당히 살갑고 적당히 살갑지 않게 군다. 그 정해져 있는 경계선을 파악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는 처음엔 늘 그렇듯 밀어낼 것이다. 하지만 점점 어느 선을 지키겠답시고 그 선은 내주면서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날카롭게 발톱을 세운 경계심 심한 맹수와도 같다. 아무튼 그런 그의 경계심을 뚫어내 그를 연합에 소개한 이글 홀든과의 친분 자체를 부정할 수 없지만, 그를 연합에 들어오게 만든 결정적 계기인 히카르도 바레타와의 친분 역시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우위를 가리지 못하는 그 평행선적이지 못한 관계의 셋이 동시에 연합을 탈퇴하지 않는 한…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합에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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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기준 아이트라 관련으로 작성한 이클립스와 프로필의 백업본.